"종이학" – 삶과 사랑을 담은 마지막 기록
이무라 가즈키요의 *"종이학"*은 단순한 투병 수기가 아니다. 이 책은 삶과 죽음,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깊은 기록이다. 젊은 의사였던 저자는 30대 초반에 희귀 암 판정을 받고,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남겼다. 책을 읽으며 문장 하나하나가 얼마나 절박하고, 또 얼마나 소중한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느껴졌다.
의사의 삶에서 환자의 삶으로
책의 초반부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. 그는 한때 환자들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였지만,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환자가 되어버렸다. 처음에는 단순한 관절염이라 생각했던 무릎 통증이 사실은 섬유육종이라는 희귀 암이었고,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. 이 대목에서 나는 책을 잠시 덮고 생각에 잠겼다. 평소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어떤 기분일까? 저자는 충격과 절망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, 남은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할 방법을 고민했다.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.
가족을 위한 마지막 선물
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저자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. 그는 두 아이와 아내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편지를 남기고, 직접 종이학을 접으며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. 책 제목인 *"종이학"*도 여기서 유래했다. 특히, 아이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. 자신이 곁에 없더라도 용기 있게 살아가길 바란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유언이 아니라, 삶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담고 있었다.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.
죽음을 앞둔 사람이 전하는 삶의
의미 보통 죽음을 이야기할 때 두려움과 슬픔이 강조되지만, 이 책은 오히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. 저자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. 하지만 그는 두려움 속에서도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 했다. 나는 이 책을 통해 ‘살아 있음’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.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중요한 것들을 놓친다. 하지만 저자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,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흔적을 남기려 했다.
마지막 장을 덮으며
책을 다 읽고 난 뒤,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. 저자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라,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.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 속에서,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?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? *"종이학"*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 남긴 글이지만, 오히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준다. 책을 덮은 후, 나도 모르게 종이학을 하나 접어보았다.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, 내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